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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무간지옥(無間地獄) #1

기사입력 2023.10.3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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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소설 무간지옥]
     
    • 무간지옥(無間地獄) : 불교에서 말하는 팔열지옥(八熱地獄)의 하나로, 사바세계(娑婆世界) 아래 2만 유순(由旬)되는 곳에 있는 지옥을 말한다.
     
    불교 여러 경전에 묘사된 이 지옥의 모습은 옥졸이 죄인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그 벗겨낸 가죽으로 죄인의 몸을 묶어 불수레에 실은 뒤 타오르는 불길 속에 넣어 몸을 태운다.
     
    또한 야차들은 큰 쇠창을 불에 달구어 죄인의 몸을 꿰거나 입·코·배 등을 꿰어 공중에 던지기도 하고, 철로 만들어진 매가 죄인의 눈을 파먹는 등 극심한 형벌을 받는 지옥으로 알려져 있다.
     
    #1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다 장마가 시작된 초여름 어느 날 저녁, 장민국은 아파트 베란다 안락의자에 앉아 거세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들은 그에게 수십억대 아파트에 살면서 서민인 척 한다고 뒷말이 많지만, 그에게 이 아파트는 그저 정든 집일뿐이다. 아니,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휴식처라고 해야겠다.
     
    베란다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맞춰 나지막이 흐르는 베토벤 운명교향곡, 그리고 창을 타고 흐르는 빗줄기가 장민국을 지난 몇 년간의 시간 속으로 끌어들였다. 빗줄기 하나가 흘러내렸다. 그 순간 명재욱 정권 들어 민정수석에 발탁되고, 이후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지만 한 달 만에 사퇴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딸 혜민 부정입학 건으로 4년 형이 확정된 아내는 여전히 감옥에 있고, 면회를 가면 울분을 삭히지 못해 연신 히스테리를 부렸다. 그리고 의사 면허가 취소된 딸은 의연한 척 하지만 눈에 띄게 말수가 줄었다. 그런 가운데 며칠 전 관서대에서는 자신의 교수직 파면을 결정한 상황이라 착잡함이 여러 빗줄기와 엉켜 흘러내렸다.
     
    생각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시간들이 이어진 탓일까, 피곤이 몰려들었다. 이상한 건 이따금씩 심장을 죄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관서대 파면 결정 직전 오랜만에 명재욱 전 대통령을 만났고, 그의 책방 점원 노릇을 하고 온 후부터는 피곤과 함께 가슴 통증이 기습작전 하듯 밀려들었다. 베란다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빗소리를 자장가 삼은 눈꺼풀이 점점 가라앉았다.
     
    교몽당(蛟夢堂)

    무간지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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