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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무간지옥(無間地獄)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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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단편소설 무간지옥(無間地獄) #9

[단편소설 무간지옥]

• 무간지옥(無間地獄) : 불교에서 말하는 팔열지옥(八熱地獄)의 하나로, 사바세계(娑婆世界) 아래 2만 유순(由旬)되는 곳에 있는 지옥을 말한다
.
불교 여러 경전에 묘사된 이 지옥의 모습은 옥졸이 죄인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그 벗겨낸 가죽으로 죄인의 몸을 묶어 불수레에 실은 뒤 타오르는 불길 속에 넣어 몸을 태운다.

또한 야차들은 큰 쇠창을 불에 달구어 죄인의 몸을 꿰거나 입·코·배 등을 꿰어 공중에 던지기도 하고, 철로 만들어진 매가 죄인의 눈을 파먹는 등 극심한 형벌을 받는 지옥으로 알려져 있다.

#9

“대왕, 이 무슨 말이오. 최후진술도 없이 판결하다니 그건 정당한 절차가 아니오. 변호인이 없는 상황이니 최후변론은 어쩔 수 없더라도 최소한 나 스스로라도 방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합당할 것이오. 그러니 최후진술 기회를 주시오, 대왕. 부탁드리겠소.”

순간 몸도 마음도 입도 얼어붙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최후진술 기회를 요구했다. 비록 이곳이 저승이라고는 하나, 이런 식으로 판결을 받는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지금까지 대왕은 끊임없이 나를 의심해 왔고, 이승에서의 내 삶에 부정적이었다. 이대로 끝낸다면 자칫 이승에서의 재판보다 더 불합리한 판결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너는 여전히 이곳을 이승의 법정과 혼동하는구나.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하지만 여기는 저승이고, 이승의 법정과는 다르다. 모든 권한은 나에게 있고, 너를 심판하고 판결하는 건 오로지 나의 권능이다. 알겠느냐?”

“네... 대왕. 그렇지만......”

“하지만 네가 그리 간곡히 요청하니 너에게 최후진술 기회를 주겠다. 그러니 이번에야말로 네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잘 듣고 말해야 할 것이다.”

“고맙소, 대왕. 그리고 하나만 더 부탁드리고 싶소, 잠시만 시간을 주시오. 대왕의 분부처럼 가슴 속 목소리를 듣고자 하니...”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해라. 다만 곧 지옥문을 열어야 하니 마냥 시간을 지체할 순 없다. 그러니 내가 이승부 한 장을 읽는 시간만큼만 허락하겠다.”

“잘 알겠소, 대왕. 거듭 감사드리오.”

염라대왕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승부를 뒤적여 어느 한 페이지에 눈을 고정시켰다. 그런 대왕의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인지 덩달아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쿵쾅거리며 심장 뛰는 소리가 그대로 머릿속에 전해져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순간 ‘염라대왕이 말하는 가슴 깊숙한 곳의 목소리란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건 심장박동 소리일 뿐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말해 내 삶의 진정성을 보여 대왕을 설득할 것인가이고, 그걸 통해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슴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과연 지금 이 순간 이것 말고 내 가슴 속에서 또 뭐가 들릴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먼저 최후진술에 목표를 세워야 한다. 목표라... 결국 최고의 목표는 이승으로 돌아가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선의 목표는 지옥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차선으로써 최후의 목표는 지옥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가장 고통이 덜한 지옥에 남는 것이 돼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략적 목표에 어떤 전술을 쓸 것이냐가 남는다. 내 삶에 대한 신념과 그 신념의 순수를 주장할 것인지, 아니면 염라대왕이 듣고 싶어 하는 말과 반성을 핵심 논리로 삼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자, 정리를 해보자. 내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계기가 됐던 법무부 장관 취임에서 시작해 그 이전의 나와 그 이후의 나를 이야기하자. 그리고 내 삶의 신념과 염라대왕이 듣고 싶어 하는 반성을 3대 7할로 배분해,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감성적으로 설득하자.

“이제 시간이 됐다. 최후진술을 해 보거라.”

골똘히 생각에 잠겨 최후진술 방법과 논리를 구상하고 있느라 염라대왕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그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던 그때 대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지극히 냉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거대하고도 또렷한 대왕의 시선이 단숨에 내 생각을 끊어버렸다.

“먼저 지극히 존엄하신 염라대왕님께 감사 말씀드리옵니다. 허물 많은 생을 살았음에도 그 허물을 모르고 대왕님 앞에서까지 방자한 모습을 보였나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소생 이야기를 들어주셨고, 또한 이처럼 최후진술 기회까지 주신 것은 대왕님의 넓은 아량과 하해와 같은 은혜 덕분이옵니다. 다시 한 번 그 은혜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최후진술을 시작하고자 하나이다.”
 
어법을 완전히 바꿨다. 더 이상 종전처럼 도발적 어투를 쓰지 않기로 했다. 최후진술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염라대왕을 향한 존칭에 극존대가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대왕과 대등한 양 밀리지 않으려고 강경한 말투를 쓸 때의 조마조마함을 느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만큼 지금부터 나는 염라대왕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어법을 시작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대왕의 심기를 누그러뜨리는 게 관건이다. 감성적 접근을 통해 동정심과 연민도 불러일으켜야 한다.

효과가 있는 것일까, 한겨울 설국처럼 맑고 또렷한 눈빛으로 시종일관 무표정하던 염라대왕 얼굴에 아주 짧은 순간 가녀린 미소가 흐르는 듯했다. 장담할 순 없지만, 대왕의 얼굴에 찰나의 변화가 일었다. 그리고 대왕은 계속하라는 뜻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대왕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이승에서의 제 삶은 명재욱 정부에 들어가기 전과 후로 나눠지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는 순간 생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하였나이다. 시대적 과제인 검찰개혁이라는 총대를 멘 저를 검찰은 탐탁지 않게 여겼고, 전방위적 꿰맞추기 수사로 인해 저는 취임 한 달 만에 물러났사옵니다. 그리고 사모펀드와 감찰무마에 아이들 입시까지 들춰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 공직자윤리법, 사문서위조, 증거은닉교사 등 열한 개에 달하는 혐의로 기소되었나이다.

하지만 이후 재판에서 대부분 무죄를 받았고 아이들 입시 관련해서만 유무죄를 다투다 저승으로 오게 된 것이옵니다. 이는 검찰이 저를 빌미로 검찰개혁을 방해하려 한 것이라는 반증이옵니다. 그러니 저는 희생양일 수밖에 없나이다. 그런 탓에 피해의식 때문일까, 지옥을 관장하시는 지극히 존엄하신 염라대왕님께 방자하게 굴었던 것이오니 넓은 아량을 베푸시어 저를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대왕님께 무엇을 숨기겠나이까. 실은 이승에서도, 저승에 와서도 ‘명재욱 정부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곤 했사옵니다. 그랬었다면 저는 지금도 이승에서 관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무난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해도 저의 시대정신과 시대적 소명을 회피할 생각은 없나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후회가 되옵니다. 아니, 좀 더 완벽한 인간으로 살지 못했음을 반성하고 있나이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초를 겪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면 한없이 미안해지옵니다. 제 처는 저로 인해 교수직을 잃고 범죄자가 됐으며, 제 아이들은 아비로 인해 학력과 의사면허를 반납해야 했기 때문이옵니다. 그와 같은 무간지옥의 고통 속에서 남편을 잃은 제 아내와 아비를 잃은 제 아이들은 저를 대신해 세상의 비난을 맨몸으로 감수해야 할 것이 자명하옵니다.

하여 존엄하신 염라대왕님께 간청하나이다. 지금까지 소생이 범한 무례를 너그럽게 용서하시고, 저를 처자가 있는 이승으로 돌려보내 주옵소서!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대왕님께서 주신 가르침을 되새겨 제 삶에 부족했던 것들을 채우고, 외지고 그늘진 곳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과 가진 것 모두를 아낌없이 나누며 살겠나이다.

대왕님이시여! 돌려만 보내주신다면 더 이상 정부와 관련된 그 어떤 직책도 맡지 않을 것임은 물론, 일체 세상일에 관여하지 않겠나이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신다면, 그저 아내와 아이들을 살들이 보살피는 지극히 평범한 가장으로 살겠나이다. 그러니 모쪼록 제 죄를 용서하시고, 제 처자를 불쌍히 여기시어 저를 돌려보내 주실 것을 애절한 반성과 함께 간곡히 청하나이다. 염라대왕님이시여! 굽어살펴 주옵소서!”

최대한 계획했던 대로 최후진술을 하려 애는 썼지만, 마치고 나니 아쉬움이 남았다. 과거와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는 생략하길 잘한 것 같은데, 이승으로 돌아가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부분은 빈약해 보였다. 그래도 고통 받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이승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은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으면서도 논리적이라 만족스러웠다.

“그래, 다했느냐?”

“예, 대왕님. 부족하나마 최후진술은 이것으로 갈음할까 하옵니다. 끝으로 다시 한 번 간곡히 청하옵니다. 너그럽게 굽어 살피시어 저를 이승으로 돌려보내 주옵소서!”

교몽당(蛟夢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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