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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무간지옥(無間地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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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무간지옥(無間地獄) #3

[단편소설 무간지옥]
 
• 무간지옥(無間地獄) : 불교에서 말하는 팔열지옥(八熱地獄)의 하나로, 사바세계(娑婆世界) 아래 2만 유순(由旬)되는 곳에 있는 지옥을 말한다.
 
불교 여러 경전에 묘사된 이 지옥의 모습은 옥졸이 죄인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그 벗겨낸 가죽으로 죄인의 몸을 묶어 불수레에 실은 뒤 타오르는 불길 속에 넣어 몸을 태운다.
또한 야차들은 큰 쇠창을 불에 달구어 죄인의 몸을 꿰거나 입·코·배 등을 꿰어 공중에 던지기도 하고, 철로 만들어진 매가 죄인의 눈을 파먹는 등 극심한 형벌을 받는 지옥으로 알려져 있다.
 
#3
 
염라대왕은 무간지옥을 입에 담는 장민국의 도발적인 말에 가슴 깊숙한 곳에서 화가 치밀었다. 지금껏 저승 문턱을 넘은 수많은 인간들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이승에서의 삶을 무간지옥에 비유하는 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선행을 다하며 산 이도, 악행을 일삼으며 세상을 더럽힌 자도,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 대다 온 사람도 회한의 넋두리를 늘어놓기 일쑤였다. 특히 천명을 다하지 못하고 일찍 생을 마감한 자들은 어김없이 돌아가게 해달라고 애걸복걸이었다.
 
그런데 장민국은 이승에서의 삶을 무간지옥에 비유했다. 거기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보다 모든 걸 남 탓으로 돌렸다. 더욱이 저승의 무간지옥이 어떤 곳인지, 어떤 형벌로 가득한 곳인지 알지 못하면서도, 서슴없이 무간지옥을 입에 담는 모습에서 보기 드문 교만이 느껴졌다.
 
치밀어 오르는 괘씸함을 가라앉히고 염라대왕이 다시 물었다.
 
“그럼 넌 죄가 없는데, 그 검찰총장이란 자가 네 죄를 만들었다는 것이냐? 같은 정부의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없는 죄를 만든다는 게 말이 되느냐. 좀 자세히 말해 보거라.”
 
염라대왕의 질문에 장민국은 자신도 모르게 허공을 응시했다. 그리고 옛 일처럼 가슴 속 깊숙한 곳에 까마득히 묻어두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전임 정권 수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연석진을 검찰종장으로 추천했던 그날, 이후에 펼쳐질 상황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던 날 서로 마주보며 환하게 웃었던 기억이 송곳이 되어 욱신욱신 뇌리를 찔렀다. 찰나의 정적이 흐르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가 입을 열었다.
 
“그 자가 나와 관련해 만든 죄는 총 세 가지요. 내 부친의 평생 꿈이었던 양동학원, 그러니까 양동학원 사무국장으로 일한 동생에게 채용비리와 소송사기라는 죄목을 덮어씌워 결과적으로 양동학원을 비리 재단으로 만들었소. 그리고 아내가 5촌 조카와 사모펀드 주식투자 범죄를 저지른 후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꿰맞췄으며, 또한 아내와 나를 자식들 입학 서류를 조작한 파렴치한으로 몰았소. 하지만 이 모두는 나를 옭아매기 위한 것으로, 먼지털이식 별건수사를 통해 짜맞춰진 것이오. 그리고 법원은 검찰이 쳐놓은 프레임에 놀아난 것이고.”
 
“그러니까 네 말을 영화에 비유하자면, 검찰이 쓴 시나리오에 법원은 조연으로 등장했고, 이 영화를 연출한 자가 연석진이라는 것이로구나. 그런데 말이다. 네 말대로라면 이승의 판사들이 바보들이란 말 밖에 안 되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장민국의 말에 염라대왕의 의문은 더 커졌다. 이승의 판사들은 저승의 최고 판관인 자신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자들이기에 하는 일 자체가 보고, 듣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짜놓은 데로 결론을 낸다는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승의 재판은 3심제인데, 장민국의 말대로라면 1심과 항고심, 대법원 상고심 판사들까지 모조리 꼭두각시나 다름없다는 게 되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의문과 의심을 차곡차곡 쌓아가던 염라대왕을 향해 장국진이 입을 열었다.
 
“과거 조선에서는 사법살인이 횡횡했었소이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수사기관과 법원이 증거를 조작하고 법률을 왜곡해 없는 죄를 만들었소. 그로 인해 하루아침에 죽기도 하고, 죽이지 않더라도 유죄를 선고해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일이 다반사였단 말이오. 그 대표적인 예가 인혁당 사건이고, 최근에는 한양시 공무원인 탈북민 최칠성 간첩 조작 사건이오. 그리고 이 사건들 모두 무죄임이 드러났고. 그러니 나와 내 가족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것이외다.”
 
“음... 훗날 무죄로 다 드러날 것이다... 그럼 너와 네 가족의 범죄 혐의는 어떻게 결론이 났느냐? 네 말대로라면 검찰이 혐의를 조작했고, 바보 같은 판사들이 모두 유죄로 인정했단 말인데.”
 
염라대왕은 여전히 장민국의 말이 미덥지 못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
 
“안타깝게도 동생은 양동학원 사무국장 시절 채용비리와 소송사기 건으로 3년 형이 확정됐고, 아내 또한 딸자식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4년 형이 확정됐소. 그런데 나를 재판하는 과정에서 아내의 형량이 1년 불었고, 둘 모두 교도소에 있소. 이 모두 대법원 상고심에서 난 결정이오만, 나로서는 도저히 납득도 용납도 할 수가 없소이다. 무엇보다 나 하나 잡겠다고 내 가족 모두를 탈탈 털어 만든 것이다 보니, 검찰이 혐의를 침소봉대한 측면이 너무 크기 때문이오.”
 
“그럼 너는 어떻게 됐느냐?”
 
“말해 뭣하겠소만, 나 또한 3년 2개월 1심 재판 끝에 실형 2년을 선고 받았소. 그 이유란 게 딸과 아들 입시비리와 법무부 장관 임명 전 민정수석일 당시 전 보산시 경제부시장 감찰을 무마했다는 건데, 참 기가 막힐 따름이오.”
장민국의 시큰둥한 대답에 염라대왕이 재차 물었다.
 
“그럼 형을 다 산 것이냐? 네 옷차림이 감옥에서 올라온 것 같지는 않구나.”
 
“그건 아니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긴 했지만, 항소를 이어가야하는 데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어 법정구속은 되지 않았소.”
 
“실형을 선고 받았는데 법정구속은 면했다... 그런 일도 다 있구나. 이승의 재판에서 흔히 있는 일이더냐?”
 
“모르겠소.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마 내가 처음이 아닌가 싶기도 하오. 어쨌거나 일이 이렇게 돼 교도소에 있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오. 차라리 입시비리 건으로 내가 먼저 재판을 받고 실형 구속됐다면, 아내는 집행유예로 나올 수도 있었을 것 같아서 말이오. 물론 연석진 검찰과 재판부가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았겠지만. 허허허...”
 
허탈함이 묻어나는 장민국의 웃음소리가 나직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분노와 공허, 증오와 연민, 그리고 복수와 절망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시간이 계속되다 급기야 염라대왕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온몸에서 기운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모든 걸 원상복구 시켜 딸 혜민에게 의사면허를 되돌려 줘야 하고, 여전히 옥살이를 하고 있는 아내의 분노를 어루만져 줘야 하는데, 어쩌다 여기에 와 있는 것일까, 아득함이 밀려들었다. 그때 염라대왕의 말이 비수가 되어 그의 가슴에 꽂혔다.
 
“지금껏 실형을 선고 받고도 법정 구속되지 않은 사례가 없고 네가 처음이라면, 이는 네 아내가 형을 살고 있는 것에 대한 배려이거나 법무부 장관을 지낸 이에 대한 특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례적인 경우임은 분명하고. 그런데도 너는 재판부가 검찰이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고 하니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렵구나.”
 
“좀 전에도 말했지만, 아내에게 미안할 따름이오. 허나 이게 법무부 장관을 지낸 것에 대한 특혜라고는 생각하지 않소. 차라리 나를 욕보이는 것이라면 모를까.”
 
장민국이 염라대왕의 말을 쏘아붙이듯 받아쳤지만, 대왕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이승부를 펼쳐 이리저리 뒤적였다. 그리고는 어느 장에 멈춰 읽기 시작했다.
 
일순간 정적이 고여 들었다. 어둠이 알갱이로 가득한 공간에서 염라대왕을 통해 느꼈던 모든 게 뚝 끊겨버렸다.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고, 느낄 수조차 없는 곳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감각이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초조함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장민국은 대왕의 무신경에 애써 태연하려 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거대한 어둠으로 채워진 적막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애초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고, 존재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그런 세계로. 그렇게 그는 모든 게 멈춰선 정적 속을 헤매고 있었다.
 
교몽당(蛟夢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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