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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무간지옥(無間地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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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단편소설 무간지옥(無間地獄) #5

[단편소설 무간지옥]
 
• 무간지옥(無間地獄) : 불교에서 말하는 팔열지옥(八熱地獄)의 하나로, 사바세계(娑婆世界) 아래 2만 유순(由旬)되는 곳에 있는 지옥을 말한다.

불교 여러 경전에 묘사된 이 지옥의 모습은 옥졸이 죄인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그 벗겨낸 가죽으로 죄인의 몸을 묶어 불수레에 실은 뒤 타오르는 불길 속에 넣어 몸을 태운다.

또한 야차들은 큰 쇠창을 불에 달구어 죄인의 몸을 꿰거나 입·코·배 등을 꿰어 공중에 던지기도 하고, 철로 만들어진 매가 죄인의 눈을 파먹는 등 극심한 형벌을 받는 지옥으로 알려져 있다.

#5

장민국은 염라대왕의 노기어린 말에 대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부릅뜬 대왕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고, 깊게 패인 주름 사이사이에 동지섣달 겨울아침 같은 서늘함이 서려 있었다. 더욱이 대왕은 이승부를 통해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무엇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이어가는 것만 같아 두려렵기만 했다. 지금껏 그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불안에 목구멍이 얼어붙었고, 이제 그만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면서도 장민국은 자신이 어쩌다 저승에 온 것인지, 또 염라대왕과 왜 이런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지 짜증이 밀려들었다. 이승에서 사람을 죽인 것도, 그렇다고 남의 재물을 탐한 적도 없다. 죄가 있다면 주어진 삶을 신념대로 살았다는 것 뿐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었고, 부패한 사회 기득권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그 길만이 모두가 함께 잘살 수 있는 길이고, 모두가 평등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자부하는데, 대왕의 질문에 끌려다니는 자신의 모습은 죄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그때였다.

“너는 용이더냐?”

“......”

염라대왕은 이전과 달리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진 얼굴에 굳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고, 그 물음이 어둠을 갈랐다. 대왕의 질문에 장민국은 어리둥절했다. 저승을 관장한다는 염라대왕 입에서 나올법한 질문도, 더욱이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민국은 ‘이건 또 뭐지’ 하는 표정으로 대왕의 얼굴을 쳐다봤다.

“네놈이 이 질문의 의미를 모르는 것 같으니 질문을 바꿔야겠구나. 너는 계급주의자더냐?”

“그런 질문을 왜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미 사회주의자면서 자유주의자라고 밝혔소. 그런 내가 어찌 계급주의자일 수 있겠소. 사회주의도 자유주의도 계급 따위를 용납하지 않는데 말이오.”

염라대왕의 질문에 장민국의 가슴속에 두려움과 함께 뒤섞여 있던 분노가 급격하게 팽창했다. 하지만 민국은 그 분노를 드러낼 수는 없었다. 꼿꼿하게 앉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염라대왕의 심기 또한 폭발 직전의 다이너마이트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10여 년, 네놈 표현대로 조선 제일의 대학 교수이면서 ‘10 대 90 사회에서는 개천에서 용이 날 확률이 극히 줄어든다’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따위의 글을 썼더냐.”

그제야 장민국은 염라대왕의 질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대왕은 지금 자신이 2012년 트위터에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을 인용해 쓴 글을 문제 삼고 있었다. 오래 전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로 가볍게 쓴 글이었고, 잊고 지냈던 글이다. 그런데 명재욱 정부 민정수석이던 당시 보수 야권에 의해 세상에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그래서 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보시오, 대왕. 그건 이승의 속담에 비유해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뜻에서 쓴 것이고, 또한 그 글은 관서대 교수로서 쓴 글이 아니라 장민국 개인 자격으로 쓴 글일 뿐이오. 그런데 도대체 그게 어찌 계급주의와 연결된단 말이오?”

“정말 그걸 몰라서 묻는 게냐? 네 이놈......!”

염라대왕의 불벼락 같은 호통이 장민국을 삼킬 듯이 달려들었다. 대왕의 모습은 사냥감을 향해 포효하는 맹수 같기도 했고, 천지를 무너뜨릴 강력한 태풍 같기도 했다. 그럼에도 장민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대왕의 노기만큼이나 자신의 가슴속에도 만만치 않은 분노가 차올라 있었다. 더욱이 민국은 지난 삶을 통해 사회적 계급 타파에 누구보다 앞장섰음에도 계급주의자 취급을 받는 것에 모멸감이 느껴졌다.

“그렇소, 도대체 그 글이 무슨 문제라고 내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며 ‘계급주의자’ 운운하냔 말이오. 대왕의 그 자리야말로 계급이고, 대왕이 나에게 하는 그 호통이야말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것이고 보면 계급주의에서 비롯된 게 아닌지 되묻고 싶소.”

솟구쳐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해 장민국은 염라대왕을 거세게 쏘아붙이고서야 가슴이 조금은 후련해졌다. 하지만 이내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래서인지 거대한 두려움이 심장을 옥죄어 왔고, 온몸이 경직되며 떨리기 시작했다. 순간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의 화살이 머리에 꽂혔다. 그때 대왕의 묵직한 목소리가 예리한 칼이 되어 민국의 가슴을 찔렀다.

“네 이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짓거리는 것이냐. 내 이미 네놈에게 경고한 바 있다. 내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대로 답하라고.”

장민국의 따지듯 날선 대답에 염라대왕은 분노가 끓어올랐다. 하지만 대왕의 목소리는 굵직하면서도 차분했다. 저승 문턱을 넘었지만, 여전히 상황 파악도 사리분별도 못한 채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는 민국이 측은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이승에서 제아무리 많은 재물과 권세를 누리던 자라 해도, 저승에 발을 들이는 순간 대왕 앞에 모든 영(靈)은 똑같다. 그런데도 민국은 이승에서의 삶을 고스란히 안고 저승에 서 있었다. 대왕의 눈에 민국은 지금껏 봐온 그 어떤 인간보다 참회를 모르는 어리석은 자였다.

“송구하오, 대왕. 내가 지나쳤소. 다만 대왕께서 나를 계급주의자로 몰면서 이승에서의 내 삶을 폄하하는 것에 모멸감이 느껴져 화를 참지 못했던 것이오. 어쨌든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계급주의자가 아니며, 이는 내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대로라는 점 알아주었면 고맙겠소.”

“그래, 네놈의 그 오만방자함에 대해서는 잠시 미뤄두마. 아직 질문이 남았으니. 그건 그렇고 그렇다면 네가 쓴 글 이후 몇 해 뒤 ‘민중은 개·돼지’라고 말한 자는 어떠냐? 그자는 계급주의자이더냐, 아니더냐?”

장민국은 염라대왕이 말하는 그가 누구인지 바로 떠올랐다. 명재욱 정부가 들어서기 전 탄핵으로 막을 내린 보수 정권 당시 교육부 노형욱 정책기획관이 했던 말이다. 더 정확하게는 기자들과 식사하면서 영화 대사를 인용해 ‘민중은 개·돼지라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했고, 한술 더 떠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라고도 말해 사회적으로 엄청난 공분을 샀던 자다.

“물론 나는 그를 계급주의자라고 생각하오. 이미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그는 ‘민중은 개·돼지’ 발언과 함께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라고도 했소. 만약 신분제와 관련된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그는 우월주의자일 뿐이었겠지만, 본인 입으로 신분제 타령을 했으니 당연히 계급주의자이기도 한 것 아니겠소.”

“그렇다, 그놈은 우월주의자에 계급주의자가 맞다. 그런데 그놈과 네놈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네놈은 부익부 빈익빈 ‘10 대 90’의 사회를 말하면서 ‘모두가 용이 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했지만, 넌 네가 말하는 ‘10’에 속해 있었다. 그럼에도 마치 네놈은 가재, 붕어, 개구리 중 하나인 양 글을 썼는데, 이승 어디에도 사학재단 아들로 태어나 명문대 교수인 자를 가재, 붕어, 개구리로 평가하지 않는다. 네놈 가진 재산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더욱이 너는 전임 보수 정부의 몰락으로 탄생한 진보 정권에서 민정수석에 법무부 장관까지 하게 된다. 만약 네놈 말처럼 네가 개천의 가재, 붕어, 개구리였다면 그게 가능한 일이겠느냔 말이다. 그리고 네놈이 뭐라고 누구를 용에 빗대고, 백성들을 가재니 붕어니 개구리니 하는 것이냐. 그러니 이는 네가 계급의식을 갖진 자란 것에 대한 반증일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 해도 네놈은 가증스런 위선자일 뿐이고.”

“대왕께서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소. 이에 대해 처음부터 밝혔듯이 나는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우리네 속담을 가지고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로 쓴 글일 뿐이오. 그런데 그런 식으로 곡해한다면 내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소. 대왕 좋을 대로 생각하시오.”

장민국은 결코 염라대왕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로 인해 괘씸죄에 걸려 무간지옥보다 더한 지옥에 떨어진다 해도 계급주의자임을 자인할 수는 없었다. 이승의 삶에서 한순간도 계급주의자로 산적이 없는 데다, 오히려 계급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민국은 ‘나는 사회주의자에 자유주의자다. 그런 내가 계급주의자란 게 말이 되는가. 아, 내가 어쩌다 저런 자와 이런 어처구니없는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렇다면 하나 더 묻겠다. 네놈은 그 글에서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경쟁 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을 만드는데 힘을 쏟자’고 했는데, 어찌하여 인턴증명서와 표창장을 위조해 네 자식 놈들을 부당하게 대학을 보내고 대학원에 입학시켰느냐? 이는 네가 ‘하늘의 구름’이기 때문 아니더냐. 더 괘씸한 건 가재, 붕어, 개구리들에게는 출혈경쟁을 하지 말라면서, 네놈은 출혈경쟁 대신 불법을 일삼으며 백성들을 농락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변론이 있더냐?”

“......”

장민국은 더 이상 염라대왕의 물음에 답변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답변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이 계급주의자가 아님은 분명하지만, 아이들 표창장과 인턴증명서에 문제가 있었음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이는 부모로서의 욕심이 부른 흔한 잘못이기는 하나, 이전부터 사회지도층 일부가 아름아름 관행적으로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승의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난 상황에서 대왕의 말을 반박하면, 또다시 계급주의자니 뭐니 할 것 같았다.

염라대왕은 침묵하는 장민국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민국의 얼굴을 통해 답변 대신 침묵을 선택한 이유를 살피는 것 같았다. 민국과 대화를 이어가며 대왕은 그에게서 지독한 교만과 오만 만이 느껴졌다. 그런 탓에 대왕은 민국에 대한 심문은 더 이상 불필요 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의 정신세계가 일면 궁금하기도 했다. 이승부의 기록은 행적에 대한 것일 뿐, 그 행적에 대한 속마음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건 저승 문턱을 넘은 장민국이 이승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만든 정신세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 모양새가 오만방자하기는 하나 저승으로 넘어온 영들이 보일 수 있는 게 아닌지라, 염라대왕은 문득문득 민국이 ‘산 채로 저승에 온 것인가’라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대왕의 호기심이 그에 대한 판결을 미루게 만들었다.

교몽당(蛟夢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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