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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무간지옥(無間地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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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단편소설 무간지옥(無間地獄) #6

[단편소설 무간지옥]
 
• 무간지옥(無間地獄) : 불교에서 말하는 팔열지옥(八熱地獄)의 하나로, 사바세계(娑婆世界) 아래 2만 유순(由旬)되는 곳에 있는 지옥을 말한다.
 
불교 여러 경전에 묘사된 이 지옥의 모습은 옥졸이 죄인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그 벗겨낸 가죽으로 죄인의 몸을 묶어 불수레에 실은 뒤 타오르는 불길 속에 넣어 몸을 태운다.
 
또한 야차들은 큰 쇠창을 불에 달구어 죄인의 몸을 꿰거나 입·코·배 등을 꿰어 공중에 던지기도 하고, 철로 만들어진 매가 죄인의 눈을 파먹는 등 극심한 형벌을 받는 지옥으로 알려져 있다.
 
#6
 
침묵이 이어졌다. 사위가 어둠으로 둘러쳐진 공간에 정적이 감돌았다. 그 정적 속에서 염라대왕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볼 뿐 말이 없었고, 나 또한 대왕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내 눈빛은 더 이상 이전처럼 대왕의 눈빛에 맞부딪혀 불꽃을 튀기지는 못했다. 이어지는 대왕의 질문에 답하느라 지친데다, 조금씩 자신감이 사그라들어 눈빛이 흐려지고 말았다.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다짐을 곱씹고 ‘물러서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아도, 내면 어딘가에서 허물어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염라대왕의 눈빛에서 전해지는 공포와 불안은 연이은 다짐과 각오를 손쉽게 허물었다. 때로는 강력한 폭풍으로, 또 때로는 가랑비에 옷 젖듯 슬금슬금 그렇게 허물어뜨렸다. 그래서일까, 내 마음속에 점점 크게 번지고 있는 두려움은 차라리 모든 걸 자백하고 싶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대왕 발끝에 대고 삼전도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승의 삶에서 누구에게도 그렇게 해본 적 없고, 더욱이 그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에도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두 번 죽는 길을 선택하리라.
 
과연 염라대왕은 무슨 생각을 하며 저렇게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일까? 그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마치 천년 사찰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천왕처럼 눈을 부릅뜨고 나를 응시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대왕은 자신이 미륵불이라며 관심법을 일삼았다는 궁예처럼 내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건 아닐까’ 아찔한 생각이 스칠 때였다.
 
“네놈 마음속에 움트고 있는 그 모든 생각들이 지금 이 순간 너의 참모습인 것이다.”
 
염라대왕이 침묵을 깨고 던진 말이 정적을 뚫고 내 귓속을 파고들었다. 부릅뜬 눈빛과 달리 대왕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대왕의 목소리가 다시 어둠을 갈랐다.
 
“이승 어디에도 완벽한 인간은 없고, 저승으로 건너온 인간치고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영(靈)은 없다. 그게 이승과 저승에 존재하는 영원불변의 법칙이다. 그런데도 네놈은 이승에서는 완벽했고, 저승에 발을 디딘 지금은 전혀 두렵지 않은 듯 교만을 떨고 있다. 하지만 그런 교만이 통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저승이다. 이를 명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잘 알겠소이다. 하지만 대왕은 나를 잘못 판단한 것이오. 나는 이승에서의 내 삶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그저 내 신념대로 살았다고 생각할 뿐. 그리고 두렵지 않은 듯 교만을 떠는 게 아니라 대왕과 마주하면서 느끼는 두려움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을 따름이오. 여기가 제아무리 저승이라 해도 두려움은 결국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 말이오.”
 
염라대왕의 말에 나는 또다시 토를 달고 말았다. 가슴에는 두려움이 거침없이 자라고 있고, 머릿속에서는 이 상황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대왕 발끝에 머리라도 처박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입은 여전히 대왕 심기를 거슬릴 법한 반박을 뱉어내고 있었다. 이승에서의 삶에 대한 것도 ‘아차’ 싶었지만,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읃 대왕에게 두려움 그 자체보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는 식의 입에 발린 말을 하고 만 것이다. 그런 탓에 이내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렇구나. 역시 네놈다운 대꾸다. 분명한 건 네놈은 지금 반성해야 할 순간에 기어이 반박만 늘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네놈에게 뭔가를 더 듣는다는 게 시간 낭비일 것 같다만, 오랜 세월 저승을 관장하면서 네놈같이 교만하고도 오만한 자는 처음이라 흥미가 남는구나.”
 
“......”
 
염라대왕의 말에 대꾸는 하지 않았지만, 나는 솔직히 대왕에게 ‘모든 걸 인정할 테니 돌아가게 해 달라’고 간청하고 싶었다. 아니, ‘모든 걸 인정하니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고 싶다. 대왕에게서 점점 크게 느껴지는 불안과 공포, 그로부터 마음속을 잠식해 가고 있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대왕과 마주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순간순간 피가 마르고 살이 삭아 없어지는 것만 같았다. 대왕이 내린 판결로 어느 지옥에 떨어진다 해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지금 이 순간이 지옥이고,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이승에서 빗댄 무간지옥과는 비견할 수조차 없는 심적 고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득 아내와 아이들 얼굴이 떠올랐다. 수감돼 있는 아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의사 면허 취소에 기소까지 된 혜민은 또 어떻게 지낼까? 석사학위를 반납한 정민은 뭘 하고 있을까? 아내의 얼굴에 이어 딸 혜민과 막내아들 정민의 얼굴이 오래전 봤던 영화 속 주인공들 얼굴처럼 펼쳐졌다 사라진다. 네 식구 웃고 떠들던 시절의 모습과 아이들 부정입학이 세상에 들춰지면서 점점 웃음을 잃어갔던 때의 모습까지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머릿속에 펼쳐졌다. 가족들 얼굴이 스쳐 지나면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솟구쳤다.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옥중의 아내를 보살필 수 있고, 돌아가야 혜민과 정민의 인생을 찾아줄 수 있다. 내가 이곳에 발이 묶이면 아내는 출소해도 일상을 되찾지 못할 것이고, 아이들 또한 온전한 미래를 살아갈 수 없을 테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잃어버린 미래를 되찾아줘야 한다. 이대로 두면 혜민과 정민은 끊임없이 세인들 입방아에 오르내릴 테고, 아비 없는 세상에서 비난과 비방 속에 숨죽이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 나를 옭아맨 모든 것들을 풀어내 나와 내 인생의 동지인 아내 삶, 그리고 장밋빛 인생이 예견됐던 내 아이들 삶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그쯤 했으면 됐다. 네놈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속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짐작하고도 남는다. 내 이미 너에게 내면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대로 답하라 했다. 오로지 그 길뿐이다. 네놈이 머릿속으로 만들어낸 답변은 너를 더 큰 고통에 밀어 넣을 뿐이니까.”
 
아내와 아이들 생각에 사로잡혀 염라대왕 얼굴이 흐릿해져 있던 순간 대왕의 목소리가 초점을 잃은 내 눈에 튕겨 귓속으로 스며들었다. 그제야 대왕의 얼굴이 또렷히 보였다. 대왕의 눈빛은 여전히 강렬했지만 그 표정은 무심한 듯 평온했고, 또 어찌 보면 아주 조금은 온화한 듯해 보이기도 했다. 대왕의 얼굴에서 온화함을 느끼고자 하는 건 어쩌면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내 마음의 착각일 수도 있으리라.
 
“대왕, 조금만 시간을 주시오. 내가 이승에서 생을 마감하고 저승으로 건너와 대왕과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혼란스럽소. 지금껏 대왕께서 하시는 질문에 답변하느라 내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겨를이 없었소. 그러니 지금이라도 대왕께서 시간을 조금만 허락하신다면 잠시나마 생각을 정리하고 싶소. 부탁드리오.”
 
“그래, 정히 그렇다면 다음 질문을 미루마. 하지만 시간을 많이 허비할 수는 없으니, 네놈이 말하는 그 생각이란 걸 빨리 정리하거라. 내가 너를 심판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시간도 한정돼 있으니.”
 
“고맙소, 대왕”
 
교몽당(蛟夢堂)

무간지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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