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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무간지옥(無間地獄)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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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단편소설 무간지옥(無間地獄) #7

[단편소설 무간지옥]

• 무간지옥(無間地獄) : 불교에서 말하는 팔열지옥(八熱地獄)의 하나로, 사바세계(娑婆世界) 아래 2만 유순(由旬)되는 곳에 있는 지옥을 말한다.

불교 여러 경전에 묘사된 이 지옥의 모습은 옥졸이 죄인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그 벗겨낸 가죽으로 죄인의 몸을 묶어 불수레에 실은 뒤 타오르는 불길 속에 넣어 몸을 태운다.

또한 야차들은 큰 쇠창을 불에 달구어 죄인의 몸을 꿰거나 입·코·배 등을 꿰어 공중에 던지기도 하고, 철로 만들어진 매가 죄인의 눈을 파먹는 등 극심한 형벌을 받는 지옥으로 알려져 있다.

#7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리면 될 것을... 시간이 더 필요하겠느냐?”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초점 잃은 눈으로 염라대왕의 발끝 어디쯤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겨있던 장민국의 귀에 대왕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대왕의 목소리는 잔잔한 호수에 떨어진 낙엽이 일으키는 파장처럼 평온하다 못해 무심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만큼이나 대왕의 얼굴도 종전과 달리 무표정해져 있었다.

염라대왕으로부터 얼마간의 시간을 허락받은 장민국은 가늠할 수 없는 정적의 간극을 건너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한 톨 한 톨 곱씹었다. 이승에서의 삶, 가족들, 한 달간의 법무부 장관과 검찰개혁, 자신을 향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 비 오는 저녁 베란다에서의 마지막 기억 등등.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이승에서의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고, 지금 이 순간 저승에서 염라대왕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돌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고.

장민국은 문득 ‘염라대왕이 왜 자꾸 내면 깊숙한 곳에서 들리는 목소리 그대로 답하라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국은 처음부터 지금껏 매 순간 대왕에게 있는 그대로 말해왔다. 그렇지 않았다면 대왕의 심기를 건들만한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의 격노로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낄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대왕은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을 ‘내면 깊숙한 곳의 목소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된다. 왜일까?

“감사하오, 대왕. 덕분에 잠시나마 나 자신이 처한 상황과 이승에서의 내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소. 그럼에도 너무도 갑작스레 이승의 삶을 마감하고 대왕 앞에 와 있는 현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소. 그런 탓에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소.”

장민국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언제나 순간적으로나마 생각하고 말해왔던 그로서는 생각 그 자체가 내면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어찌 생각이 없는데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이번에는 생각을 줄이고 솔직한 마음을 내비쳤다. 아무리 추측해 봐도 장맛비 내리는 저녁 베란다에서 잠들었을 뿐인데, 저승이라니......
 
“이승의 그 누구도 자신이 죽는 날을 아는 자는 없다. 이승 붙이 모두 그곳에서의 삶이 제 것인 줄 알지만, 나고 죽는 건 너희들 몫이 아니다. 그리고 저승에서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를 명심하고 네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들리는 목소리로 답해야 할 것이다.”
“......”
염라대왕은 재차 장민국에게 내면의 목소리 그대로 답하라는 주문을 하고는 질문을 던졌다.

“이승에서 네가 법무부 장관으로 검찰개혁을 했고, 그로 인해 너와 네 가족이 무간지옥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대가 한 검찰개혁은 어떤 것인가?”

염라대왕의 입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장민국은 가슴에서 심한 통증이 느껴지며 머리가 하얘지는 것만 같았다. 무엇인가 심장을 짓누르는 것 같아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 명재욱 대통령으로부터 법무부 장관 임명장을 받고 한 달간 전쟁을 치르듯 추진했던 검찰개혁들이 안개로 뒤덮인 숲길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대왕이 이전과는 달리 ‘네놈’이라는 표현 대신 ‘네가’라든지 ‘그대’라고 불러 의미심장함이 느껴지면서도 ‘또 무슨 꿍꿍일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장민국은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했다. 과연 나는 무엇을 한 것일까? 정부수립 70년, 그간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가진 검찰은 거대 공룡으로 자라났고, 정권은 유한하지만 검찰은 영원한 것인 양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왔다. 그렇게 검찰은 거대 공룡에서 철옹성 속 괴물이 돼 버렸다. 나는 한 명의 법학자로서, 그리고 사회주의자며 자유주의자로서 괴물이 돼 버린 검찰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법무부 장관직을 수락했던 것이고, 그 한 달간 죽을힘을 다해 싸웠다.

“내가 한 검찰개혁의 핵심은 특수부(특별수사부)를 축소해 검찰 권력의 별건수사를 비롯해 전방위적 수사를 제한했고, 심야 수사를 제한하는 등 검찰 수사에 있어 인권보호를 강화했소. 그리고 공개소환 전면 폐지 등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했으며, 법무부의 검찰 감찰을 실질화했소.

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권 축소에 있소. 다행히 내가 법무부를 떠난 이후 국회 법제화를 통해 경무관 이상 경찰과 검·판사를 포함한 3급 이상의 모든 선출직과 정무직, 직업공무원들 범죄를 수사하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설치됐고, 부패와 경제사범 등의 수사 기능만 검찰에 남기고 나머지는 경찰로 이관됐으니 다행한 일이라 할 것이오.

물론 내가 법무부를 떠난 이후의 검찰개혁은 나와는 무관한 것이오. 그럼에도 대왕께 굳이 설명하는 이유는 내가 검찰개혁이라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기 때문에 이후 수사권 조정이라는 진정한 검찰개혁이 가능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함이오.”

장민국은 염라대왕에게 자신이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이후에 진행된 검찰개혁까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자신을 향해 여러 자루의 칼을 겨누고 있는 검찰과 맞서 싸우며 한 달간 검찰개혁의 물꼬를 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기도 했지만, 검찰의 칼끝에 떠밀려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면 이후의 검찰개혁 또한 자신이 주도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네가 한 검찰개혁이 백성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구나. 그대가 말하는 특수부 축소와 인권보호수사 강화, 피의사실 공표 금지 강화와 법무부 검찰 감찰 실질화 모두 하루하루 제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백성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 않느냐?

과연 일반 백성이 특수부 수사를 받을 일이 얼마나 있고, 범죄가 중하지 않는 백성이 심야조사를 받고 피의사실이 공표될 일이 또 얼마나 있느냔 것이다. 그리고 법무부 검찰 감찰은 정권이 검찰을 휘두를 수 있는 구실이 될 수도 있어, 이 또한 민초들과는 딱히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대왕, 그건 그렇지 않소. 평범한 시민들도 충분히 특수부 조사를 받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야간조사나 공개소환 될 수 있기 때문이오. 또한 법무부가 검찰을 2차 감찰함으로써 검찰의 과잉수사와 인권침해 수사에 철퇴를 가할 수 있어, 시민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오.”

장민국의 말이 끝나자 염라대왕은 알 듯 모를 듯 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보아라, 너와는 정적이랄 할 수 있는 조선국 전직 대통령들은 공개소환 돼 너희들이 말하는 ‘포토라인’에 섰었다. 하지만 네가 쏘아올렸다는 검찰개혁으로 공개소환이 금지됐고, 그 첫 번째 수혜자가 공교롭게도 그대 자신이었다. 그러니 이것만 봐도 네가 말하는 검찰개혁은 일반 백성들과는 거리가 먼 것이란 말이다. 네놈 생각은 어떠냐?”
염라대왕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네놈 생각은 어떠냐?’고 묻는 목소리에는 가시가 돋혀 있었다. 장민국도 대왕이 이전처럼 ‘네놈’이라고 한 것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건 그저 우연이었음을 이해해 주시오, 대왕. 만약 검찰이 나를 끌어내리기 위해 집요하게 칼날을 들이대지 않았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오. 검찰개혁을 위해 일단 시행령과 규칙을 개정해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결국 한 달 만에 물러나야 했소. 그 때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야만 했고. 그러니 내가 개정한 규칙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포토라인에 서지 않았을 뿐이오. 결코 나를 위해 규칙을 개정한 게 아니란 걸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소.”

“그렇다 해도 과연 네가 한 검찰개혁이 백성들 입장에서 합당한 것이었느냐는 의문은 그대로 남는다. 특수부 축소나 공개소환 금지로 인한 혜택은 결국 돈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백성들 중 연쇄살인 같읃 흉악 범죄를 저지르는 자도 있겠지만, 대부분 힘 있는 자들이 그 수혜의 대상이니까. 그리고 그런 자들이 공개소환 되는 것을 지켜보며 백성들은 세상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느꼈을 텐데, 그게 사라져 버렸지 않느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소. 대왕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나, 시민들에게 통쾌함을 주자고 범죄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개소환을 통해 망신주기식 여론재판을 하는 건 가진 게 많든 적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오. 더욱이 이승의 사법제도는 대법원 판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기에 그런 여론재판은 옳지 않소.”

“글쎄다, 하하하하하하......”

장민국의 말에 염라대왕은 호탕하게 웃을 뿐 더 이상 반박하거나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하지만 민국은 그런 대왕을 바라보며 가슴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억울함이 밀려들었다.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그에게 맡겨진 가장 큰 소임은 검찰개혁이었고, 이를 시작하면서 시행령과 규칙 등 인권보호를 위해 손볼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사퇴라는 어쩔 수 없는 선택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기에 첫 수혜자가 된 것 뿐이었다.

항변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장민국은 애써 참았다. 그럼에도 그는 가슴 속으로 외쳤다. 만약 내가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를 생각해 공개소환을 금지시켰고, 포토라인에 서지 않는 특혜를 제일 먼저 누렸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음모론적 발상이다. 내가 한 달 만에 쫓기듯 장관직에서 내려와야 했던 건 검찰개혁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검찰주의자들 농간 때문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내 장민국의 마음속에 또 다른 불안이 스며들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청한 뒤 염라대왕은 종전과 달리 우호적이었으나, 어느 순간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대왕은 처음 질문을 시작했던 때로 돌아갔고, 민국도 조금이나마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결국 대왕의 입에서 다시 ‘네놈’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종전처럼 극한의 공포와 두려움을 뿜어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교몽당(蛟夢堂)

무간지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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