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단편소설 무간지옥(無間地獄) #10[단편소설 무간지옥] • 무간지옥(無間地獄) : 불교에서 말하는 팔열지옥(八熱地獄)의 하나로, 사바세계(娑婆世界) 아래 2만 유순(由旬)되는 곳에 있는 지옥을 말한다. 불교 여러 경전에 묘사된 이 지옥의 모습은 옥졸이 죄인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그 벗겨낸 가죽으로 죄인의 몸을 묶어 불수레에 실은 뒤 타오르는 불길 속에 넣어 몸을 태운다. 또한 야차들은 큰 쇠창을 불에 달구어 죄인의 몸을 꿰거나 입·코·배 등을 꿰어 공중에 던지기도 하고, 철로 만들어진 매가 죄인의 눈을 파먹는 등 극심한 형벌을 받는 지옥으로 알려져 있다. #10 최후진술을 마친 장민국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염라대왕을 바라봤지만, 대왕의 입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사위를 둘러싼 어둠보다 더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왕의 표정과 몸가짐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그만큼 민국의 마음은 타들어 갔다. 극도의 긴장 때문일까, 민국의 이마와 등줄기에 식은땀이 맺혔다. 온몸을 불태울 듯 열이 나더니 연신 땀이 흘렀다.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흘러내리는 땀줄기가 마치 저승으로 오기 전 베란다에서 마주했던 빗줄기 같았다. 땀줄기가 맹렬해지는 만큼 오한의 강도는 더 심해졌다. 비에 젖은 산짐승이 몸을 떨듯 민국은 순간 파르르 떨었다. 등이 젖어들고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광대뼈를 지나 턱을 따라 반소매 와이셔츠 앞부분에 떨어져 검은 피멍자국처럼 번졌다. 가슴을 죄이는 압박감과 함께 온몸에서 나는 열기, 그 열기로 몽글몽글 연신 맺혔다 흘러내리는 땀방울, 그 땀방울이 몰고 오는 한기, 이러다 몸보다도 먼저 마음이 다 타버려 재가 될 지경이었다.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 호랑이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 했고,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 사노맹 사건에 연루됐을 때도 이겨냈으며, 연석진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와 압박도 견뎌내지 않았던가. 민국은 오른손으로 이마를 쓸어 닦으며 생각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마음이 무너지면 다음은 없다.’ “이승에서도, 그리고 이곳 저승에 와서도 네가 들먹인 무간지옥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 장민국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던 그때 염라대왕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민국은 애써 감추고 있던 치부가 드러난 듯 재빨리 손을 내렸다. 그리고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명재욱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 장관에 발탁되면서 시작된 검찰의 집요한 수사, 그로 인해 온 가족이 겪어야만 했던 고통은 분명 무간지옥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승에서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저승에서는 무간지옥을 들먹일 필요가 없었다. 더욱이 지옥을 관장하는 염라대왕 앞에서는...... “알고 있사옵니다. 무간지옥은 팔열지옥 중 가장 고통이 심한 지옥으로, 고통의 간극이 없다 하여 무간지옥이라 하는 줄 아옵니다.” 그랬다. 뜨거운 불로 고통받는 8가지 종류의 지옥을 말하는 팔열지옥(八熱地獄)에는 등활지옥(等活地獄), 흑승지옥(黑繩地獄), 중합지옥(衆合地獄), 호규지옥(號叫地獄), 대규지옥(大叫地獄), 염열지옥(炎熱地獄), 대열지옥(大熱地獄), 무간지옥(無間地獄)이 있다. 이들 지옥은 살인, 도둑질, 거짓말, 위선, 과음, 음행 등을 일삼은 자를 가려 각각의 지옥으로 보내진다. 이들 지옥 중에서도 특히 무간지옥은 그 규모가 가장 크고 고통도 가장 심한 지옥으로, 뜨거운 바람으로 온몸을 건조시켜 피를 말리고, 옥졸이 죄인의 가죽을 벗겨 그 가죽으로 죄인을 묶어 불 속에 집어넣어 몸을 태운다. 또한 야차들이 큰 쇠창을 달구어 죄인의 몸을 꿰거나 입, 코, 배, 등을 꿰어 공중에 던지기도 하고, 철로 만들어진 매가 죄인의 눈을 파먹는 등 극심한 형벌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지옥이다. “그렇다면 여전히 네가 경험한 그 고통이 무간지옥이라고 생각하느냐?” 장민국이 책을 통해 알고 있는 팔열지옥 속 무간지옥을 되짚던 사이 염라대왕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다시 물어왔다. “대왕이시여! 소생이 이승에서 한때 고통이 너무 크다고 느껴 무간지옥을 언급한 바 있고, 염라대왕 앞에서도 무례하게 무간지옥을 들먹였사오나 어찌 소생이 겪은 것을 그에 비하겠나이까. 소생의 무지와 무례를 용서하소서!” 장민국의 말에 염라대왕의 표정은 오히려 굳어졌다. 대왕이 입을 뗐다. “대면 첫 순간부터 나는 네놈에게 가슴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대로 답하라고 수차례 명했다. 하지만 너는 지금껏 단 한 순간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계산된 말로 네놈 자신을 합리화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슴을 도려내는 반성보단 반성을 가장한 거짓 뉘우침으로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들고 있다. 하여 참으로 괘씸하면서도 일면 가련하기까지 하구나.” “......” 장민국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아니, 대꾸할 그 무엇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네놈’이라는 염라대왕의 목소리만이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요동쳤다. “이제 판결을 내리겠노라. 네놈 생각처럼 너는 이승에서 사람을 죽인 것도, 남의 재물을 훔친 적도 없다. 그럼에도 네놈은 살생과 도둑질보다 더 나쁜 짓을 일삼았다. 그 이유는 교수라는 알량한 세속적 지위를 앞세워 네놈 자신은 실천하지도 않는 말들로 백성들 마음을 현혹했고, 또한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백성들 마음을 도륙 냈다. 또한 권력을 얻어서도 그 권력을 백성들을 위해 쓰기보다 네놈이 신념이라고 믿는 것을 펼치는데 사용했다. 그러면서도 네놈 스스로 뿌린 결과로 돌아온 고통에 대해서는 모두 남 탓으로 일관했다. 마치 네놈이 신이라도 되는 양 그 어떤 흠도 없는 완전무결체인 척 스스로 저지른 죄에 대해 끊임없이 변명하고, 그것도 모자라 가식과 위선 그리고 거짓 선동으로 마음을 빼앗은 백성들을 끌어들여 무기로 삼았다. 이는 앞서 언급한 네놈 잘못에 비견할 수 없을 만큼 큰 죄로 천리(天理)를 거스른 것이다. 또한 네놈은 저승 문턱을 넘어 지옥을 관장하는 염라대왕 앞에서까지 네놈 죄를 강변하기 일쑤였고, 급기야 이승으로 돌아가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세치 혀에 담아 놀렸으니 저승을 조롱한 것이다. 다시 말해 네놈은 이승의 백성들을 속임으로써 천하를 어지럽혔고, 저승에 와서는 지옥을 관장하는 나 염라대왕마저 속이려 들었으니 천하지하 모두를 능욕했다 할 것이다. 이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죄로 삼족(三族)과 삼대(三代)를 멸하여 이승의 천리와 저승의 위엄을 세울 일이로다. 하여 내 너를, 네놈 스스로 거침없이 입에 담았던 무간지옥에 처하노라. 그리하여 네놈 가죽을 벗기고, 네놈 피를 말릴 것이며, 네놈 뼈를 태울 것이다. 그러나 결코 네놈 영(靈)이 쉽사리 소멸하도록 두진 않을 것이다. 억겁의 시간 속에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 끊임없는 고통 속에 네놈 영이 소멸하도록 할 것이다.” 염라대왕의 거침없는 판결이 어둠 속을 파고들었고, 장민국은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새하얗게 질린 민국의 얼굴은 이미 핏기가 말라 당장이라도 영혼이 소멸할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대왕이 더욱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옥졸을 불렀다.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옥졸은 어디에 있느냐? 당장 지옥문을 열어 이놈을 무간지옥에 처넣어라.” 염라대왕의 호출이 끝나기 무섭게 금실로 수놓은 기괴한 문양의 검정색 옷을 입은 거구들이 장민국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고, 그들은 하나같이 눈, 코, 입이 제 자리에서 벗어나 마구 뒤틀린 얼굴들이었다. 옥졸들은 대왕에게 목례를 하고는 순식간에 민국의 팔을 꺾고 끌어냈다. 그제야 민국은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 몸부림은 의미 없는 항거였다. 아무리 몸에 힘을 주고 팔을 빼려 해도 옥졸들에게는 아무런 저항도 되지 못했다. 그렇게 민국은 질질 끌러나가며 피를 토하듯 아우성쳤다. “이보시오, 대왕.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판결이란 말인가. 당신이 염라대왕이라고는 하나 어찌 내 삶을 다 알 것이며, 어찌 내 마음을 다 안단 말인가. 이따위 판결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니, 다시 판결하라. 나를 이승으로 돌려보내라...... 놔라, 이 괴물 놈들아......” 교몽당(蛟夢堂)
-
[포토] 꽃들의 향연···‘2024고양국제꽃박람회’를 가다[자유로신문] 고양특례시 ‘2024고양국제꽃박람회’가 ‘지구환경과 꽃’이라는 주제로 일산호수공원 일대에서 한창이다. 4월 26일 개막해 지난 8일 기준 26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자유로신문이 행사장을 찾아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때마침 8일은 ‘어버이날’이라 꽃박람회장은 가족단위 관람객들과 연인, 친구로 보이는 일행들로 붐볐다. 꽃박람회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꽃등고래’ 대형 조형물이다. 관람객들은 꽃등고래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관람을 시작했고, 재활용품을 이용한 시민참여 설치예술품도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내는 노래하는 분수대 뒤쪽 공연장에서는 창작국악 ‘올스트링’ 연주가 자아내는 선율이 분수대와 어우러져 관람객들을 들뜨게 했다. 형형색색 꽃들로 가득한 제1구역 야외전시장을 거닐며 봄을 만끽하는 관람객들 발걸음은 평화롭고도 한가했다. 초록의 산책로를 따라 시민들은 연신 휴대폰 카메라에 꽃을 담았고, 그 풍경 속 자신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군데군데 꽃으로 수놓은 조형물들은 관람객들에게 ‘저와 사진 한 장 찍고 가세요’ 하며 손짓했고, 시민들 발걸음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5월 12일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2024고양국제꽃박람회에 아쉬움을 남기는 이도 있었다. 한 관람객은 야외전시장 코스에 아기자기한 맛은 있는데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게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고, 일산호수공원 인근 주민 몇은 예년에 비해 크게 쳐진 꽃박람회 울타리 때문에 운동을 하거나 귀갓길 돌아가야 해서 불편하다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
단편소설 무간지옥(無間地獄) #9[단편소설 무간지옥] • 무간지옥(無間地獄) : 불교에서 말하는 팔열지옥(八熱地獄)의 하나로, 사바세계(娑婆世界) 아래 2만 유순(由旬)되는 곳에 있는 지옥을 말한다 . 불교 여러 경전에 묘사된 이 지옥의 모습은 옥졸이 죄인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그 벗겨낸 가죽으로 죄인의 몸을 묶어 불수레에 실은 뒤 타오르는 불길 속에 넣어 몸을 태운다. 또한 야차들은 큰 쇠창을 불에 달구어 죄인의 몸을 꿰거나 입·코·배 등을 꿰어 공중에 던지기도 하고, 철로 만들어진 매가 죄인의 눈을 파먹는 등 극심한 형벌을 받는 지옥으로 알려져 있다. #9 “대왕, 이 무슨 말이오. 최후진술도 없이 판결하다니 그건 정당한 절차가 아니오. 변호인이 없는 상황이니 최후변론은 어쩔 수 없더라도 최소한 나 스스로라도 방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합당할 것이오. 그러니 최후진술 기회를 주시오, 대왕. 부탁드리겠소.” 순간 몸도 마음도 입도 얼어붙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최후진술 기회를 요구했다. 비록 이곳이 저승이라고는 하나, 이런 식으로 판결을 받는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지금까지 대왕은 끊임없이 나를 의심해 왔고, 이승에서의 내 삶에 부정적이었다. 이대로 끝낸다면 자칫 이승에서의 재판보다 더 불합리한 판결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너는 여전히 이곳을 이승의 법정과 혼동하는구나.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하지만 여기는 저승이고, 이승의 법정과는 다르다. 모든 권한은 나에게 있고, 너를 심판하고 판결하는 건 오로지 나의 권능이다. 알겠느냐?” “네... 대왕. 그렇지만......” “하지만 네가 그리 간곡히 요청하니 너에게 최후진술 기회를 주겠다. 그러니 이번에야말로 네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잘 듣고 말해야 할 것이다.” “고맙소, 대왕. 그리고 하나만 더 부탁드리고 싶소, 잠시만 시간을 주시오. 대왕의 분부처럼 가슴 속 목소리를 듣고자 하니...”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해라. 다만 곧 지옥문을 열어야 하니 마냥 시간을 지체할 순 없다. 그러니 내가 이승부 한 장을 읽는 시간만큼만 허락하겠다.” “잘 알겠소, 대왕. 거듭 감사드리오.” 염라대왕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승부를 뒤적여 어느 한 페이지에 눈을 고정시켰다. 그런 대왕의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인지 덩달아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쿵쾅거리며 심장 뛰는 소리가 그대로 머릿속에 전해져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순간 ‘염라대왕이 말하는 가슴 깊숙한 곳의 목소리란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건 심장박동 소리일 뿐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말해 내 삶의 진정성을 보여 대왕을 설득할 것인가이고, 그걸 통해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슴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과연 지금 이 순간 이것 말고 내 가슴 속에서 또 뭐가 들릴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먼저 최후진술에 목표를 세워야 한다. 목표라... 결국 최고의 목표는 이승으로 돌아가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선의 목표는 지옥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차선으로써 최후의 목표는 지옥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가장 고통이 덜한 지옥에 남는 것이 돼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략적 목표에 어떤 전술을 쓸 것이냐가 남는다. 내 삶에 대한 신념과 그 신념의 순수를 주장할 것인지, 아니면 염라대왕이 듣고 싶어 하는 말과 반성을 핵심 논리로 삼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자, 정리를 해보자. 내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계기가 됐던 법무부 장관 취임에서 시작해 그 이전의 나와 그 이후의 나를 이야기하자. 그리고 내 삶의 신념과 염라대왕이 듣고 싶어 하는 반성을 3대 7할로 배분해,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감성적으로 설득하자. “이제 시간이 됐다. 최후진술을 해 보거라.” 골똘히 생각에 잠겨 최후진술 방법과 논리를 구상하고 있느라 염라대왕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그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던 그때 대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지극히 냉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거대하고도 또렷한 대왕의 시선이 단숨에 내 생각을 끊어버렸다. “먼저 지극히 존엄하신 염라대왕님께 감사 말씀드리옵니다. 허물 많은 생을 살았음에도 그 허물을 모르고 대왕님 앞에서까지 방자한 모습을 보였나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소생 이야기를 들어주셨고, 또한 이처럼 최후진술 기회까지 주신 것은 대왕님의 넓은 아량과 하해와 같은 은혜 덕분이옵니다. 다시 한 번 그 은혜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최후진술을 시작하고자 하나이다.” 어법을 완전히 바꿨다. 더 이상 종전처럼 도발적 어투를 쓰지 않기로 했다. 최후진술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염라대왕을 향한 존칭에 극존대가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대왕과 대등한 양 밀리지 않으려고 강경한 말투를 쓸 때의 조마조마함을 느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만큼 지금부터 나는 염라대왕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어법을 시작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대왕의 심기를 누그러뜨리는 게 관건이다. 감성적 접근을 통해 동정심과 연민도 불러일으켜야 한다. 효과가 있는 것일까, 한겨울 설국처럼 맑고 또렷한 눈빛으로 시종일관 무표정하던 염라대왕 얼굴에 아주 짧은 순간 가녀린 미소가 흐르는 듯했다. 장담할 순 없지만, 대왕의 얼굴에 찰나의 변화가 일었다. 그리고 대왕은 계속하라는 뜻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대왕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이승에서의 제 삶은 명재욱 정부에 들어가기 전과 후로 나눠지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는 순간 생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하였나이다. 시대적 과제인 검찰개혁이라는 총대를 멘 저를 검찰은 탐탁지 않게 여겼고, 전방위적 꿰맞추기 수사로 인해 저는 취임 한 달 만에 물러났사옵니다. 그리고 사모펀드와 감찰무마에 아이들 입시까지 들춰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 공직자윤리법, 사문서위조, 증거은닉교사 등 열한 개에 달하는 혐의로 기소되었나이다. 하지만 이후 재판에서 대부분 무죄를 받았고 아이들 입시 관련해서만 유무죄를 다투다 저승으로 오게 된 것이옵니다. 이는 검찰이 저를 빌미로 검찰개혁을 방해하려 한 것이라는 반증이옵니다. 그러니 저는 희생양일 수밖에 없나이다. 그런 탓에 피해의식 때문일까, 지옥을 관장하시는 지극히 존엄하신 염라대왕님께 방자하게 굴었던 것이오니 넓은 아량을 베푸시어 저를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대왕님께 무엇을 숨기겠나이까. 실은 이승에서도, 저승에 와서도 ‘명재욱 정부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곤 했사옵니다. 그랬었다면 저는 지금도 이승에서 관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무난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해도 저의 시대정신과 시대적 소명을 회피할 생각은 없나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후회가 되옵니다. 아니, 좀 더 완벽한 인간으로 살지 못했음을 반성하고 있나이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초를 겪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면 한없이 미안해지옵니다. 제 처는 저로 인해 교수직을 잃고 범죄자가 됐으며, 제 아이들은 아비로 인해 학력과 의사면허를 반납해야 했기 때문이옵니다. 그와 같은 무간지옥의 고통 속에서 남편을 잃은 제 아내와 아비를 잃은 제 아이들은 저를 대신해 세상의 비난을 맨몸으로 감수해야 할 것이 자명하옵니다. 하여 존엄하신 염라대왕님께 간청하나이다. 지금까지 소생이 범한 무례를 너그럽게 용서하시고, 저를 처자가 있는 이승으로 돌려보내 주옵소서!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대왕님께서 주신 가르침을 되새겨 제 삶에 부족했던 것들을 채우고, 외지고 그늘진 곳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과 가진 것 모두를 아낌없이 나누며 살겠나이다. 대왕님이시여! 돌려만 보내주신다면 더 이상 정부와 관련된 그 어떤 직책도 맡지 않을 것임은 물론, 일체 세상일에 관여하지 않겠나이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신다면, 그저 아내와 아이들을 살들이 보살피는 지극히 평범한 가장으로 살겠나이다. 그러니 모쪼록 제 죄를 용서하시고, 제 처자를 불쌍히 여기시어 저를 돌려보내 주실 것을 애절한 반성과 함께 간곡히 청하나이다. 염라대왕님이시여! 굽어살펴 주옵소서!” 최대한 계획했던 대로 최후진술을 하려 애는 썼지만, 마치고 나니 아쉬움이 남았다. 과거와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는 생략하길 잘한 것 같은데, 이승으로 돌아가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부분은 빈약해 보였다. 그래도 고통 받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이승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은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으면서도 논리적이라 만족스러웠다. “그래, 다했느냐?” “예, 대왕님. 부족하나마 최후진술은 이것으로 갈음할까 하옵니다. 끝으로 다시 한 번 간곡히 청하옵니다. 너그럽게 굽어 살피시어 저를 이승으로 돌려보내 주옵소서!” 교몽당(蛟夢堂)
-
[시를 품은 사진] 목련꽃[목련꽃] 산기슭에 해 울 적 새하얀 치맛자락 흩날리며 떠난 당신 돌아오마 흔하디 흔한 인기척도 없이 떠난 당신 한 번쯤 돌아볼 법도 한데 기어이 무심코 떠난 당신 바람결 따라 사뿐사뿐 떠났더라 그 봄날 허무하게 떠났더라 언덕배기 늙은 나무에 이는 서리꽃 같은 긴 겨울 꺼어억 꺼어억 밤새워 울며 당신을 불렀던 긴 밤 목구녕 술이 피로 토해진 아침 흐릿한 눈가에 찾아든 당신 뽀얀 치마저고리에 꽃신 신고 신작로에 서 있더라 미소 짓고 있더라 시/교몽당(蛟夢堂)
-
[특별인터뷰] 이동환 고양시장 “시민들께 죄송해···시의회, 본연의 역할 다해야”[자유로신문] 경기도 경제자유구역 후보지 선정(2022년 11월),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선정(2024년 2월) 등 다양한 지역발전 호재를 갖고 있음에도 고양특례시는 좀체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선8기 이동환 시장 체제 출범과 함께 시작한 제9대 고양특례시의회 파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17대17 동수인 고양시의회 파행으로 2022년 연말 새해 예산 심의가 이뤄지지 않아 고양시는 2023년을 준예산체제로 시작했고, 지난해 연말에는 2024년도 연구용역비와 업무추진비 등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급이야 고양페이 등 민생 예산과 연구용역비 등을 심의하기 위해 올해 첫 임시회(제282회)가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개회 예정이었지만, 여야 협상 결렬로 단 하루도 제대로 열리지 못한 채 끝나 시정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자유로신문이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을 만나 고양경제자유구역 지정 추진 상황 등 다양한 현안과 함께 시의회 파행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이날 이 시장은 “시의회가 제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며 “상정된 안건을 논의조차 하지 않고 파행하는 건, 시민을 위하고 시민을 대변하는 시의원들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래는 이동환 고양특례시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고양시가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에 선정됐습니다. 먼저 축하드리고, 향후 계획이 듣고 싶습니다. 교육발전특구 사업의 핵심은 교육혁신을 통한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있습니다. 이런 목적을 백분 살려 디지털 기반 늘봄과 유아보육 통합을 추진해 공교육 혁신을 이뤄내겠습니다. 그리고 일산테크노밸리, 고양방송영상밸리 등 고양시 대규모 자족시설들과 연계해 교육과 4차 산업 일자리가 연결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려 하는데요. 이번 선정을 디딤돌 삼아 앞으로 과학고 설립, 해외교육기관 유치, 공교육 혁신으로 첨단산업을 선도할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고양시, 더 나아가 우리 시를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도시로 변화시키겠습니다. Q 연장선상에서 그간 미국, 싱가포르 등 각국 학교재단과 외국학교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경제자유구역 최종 지정과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해외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고 장기 거주환경을 조성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고양시가 기업유치와 함께 외국교육기관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인데요. 그런 점에서 민선8기 고양시가 그동안 각국 유수한 교육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성과는 매우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러한 성과들은 고양경제자유구역 최종 지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고양경자구역 내 외국학교 설립을 통해 해외 인력의 정주여건을 조성하고, 창의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탄탄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또한 교육발전특구 지정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서 고양시가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인재특구’로 도약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켜봐 주시고 기다려 주시면, 시민들께 성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Q 앞서 말씀 주신 내용들 모두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관련이 있는데요. 지정을 위한 노력과 지정 이후 계획이 듣고 싶습니다. 고양시는 경기북부 최초로 경제자유구역 후보지 선정이라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현재 경기도와 함께 우리 시 특성을 담은 최상의 개발계획수립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고, 동시에 입지 수요와 기업유치 확보를 위해 기업, 연구소, 교육기관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세일즈행정을 펼치고 있는데요. 그 결과 투자의향서 총 61건(투자금액 6조3000억 원, 투자면적 112만여 평), 업무협약 28건을 체결했습니다. 고양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생태환경을 조성해 손꼽히는 국내외 기업과 기관들로 채울 것입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통해 경기북부는 물론 나아가 수도권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동력으로써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고양시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민선8기 고양시는 시민들 교통 불편 해소를 매우 중요한 정책으로 보고 가장 많은 공약사항에 담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대비한 것이기도 한데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려 지난해에는 서해선 소사~일산역 구간이 개통되는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고, 올해에는 수도권 교통 혁명인 GTX-A노선이 개통합니다. 이와 더불어 교외선, 고양·은평선 등 철도망 구축, 자유로 지하고속도로 등을 추진해 ‘수도권 30분대 진입’이 실현되는 광역교통망 확충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Q 다양한 외국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외국기업 2곳을 꼽는다면 어떤 기업이 있을까요. 먼저 고양시 1호 글로벌 유치 기업인 AEG를 꼽을 수 있습니다. 세계 1위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AEG, K-컬처 확산의 일등 공신 CJ라이브시티가 고양시에 합작법인 한국사무소를 설립하고 문화콘텐츠 사업을 키우기로 한 것 때문인데요. 이를 통해 일산테크노밸리, 고양방송영상밸리, 킨텍스 등 고양시 미래 성장 동력들과 시너지를 내서 우리 시가 K-콘텐츠 대표도시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한 곳은 가장 최근에 업무협약을 맺은 룩셈부르크 국립보건원입니다. 고양경제자유구역 내에 해외 공공기관이 유치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큰데요. 유럽의 정밀의료 분야를 선도하는 국립보건원과의 활발한 교류협력으로 고양경제자유구역과 일산테크노밸리 내 바이오특화단지 지정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됩니다. Q 시민들이 많이들 궁금해 하고 있는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백석 업무빌딩을 당분간 시민청사로 활용하시겠다고 했는데,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재 (백석동 업무빌딩) 청사 이전 추진은 경기도 투자심사 결과 재검토 결정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사유는 주민설득, 시의회와 소통 부족 등 매우 주관적인 내용으로 우리 시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요. 하지만 청사 이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기 때문에 시민들 참여와 소통을 통한 숙의과정을 거쳐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청사 이전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백석동 업무빌딩은 오랜 소송 끝에 돌려받은 고양시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청사 이전 추진이 잠시 중단됨에 따라 작년 5월 건물 소유권이 고양시로 이전됐음에도 여전히 방치된 채 기회비용만 쌓이고 있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청사 이전까지 업무빌딩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Q 시민들 큰 관심사로 또 하나가 고양시 서울 편입입니다. 때마침 지난 6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메가시티 다자협의체’를 제안했는데요. 시장님이 말씀하시는 ‘수도권재편’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메가시티나 수도권재편은 같은 의미입니다. 서울이 지금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라 수도권재편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서울과 가장 크게 인접해 있고, 생활권 또한 상당 부분 겹치는 고양시로서는 이에 대해 함께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 만큼 여러 가지 안들이 설왕설래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단순한 서울 편입과 일본의 동경도(道)와 동경시(市)를 예로 경기북부를 서울특별자치도로 분도 시키는 방안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양시 입장에서 보면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행정구역에 관한 것이기 때문인데요. 앞서 언급한 일본 동경도의 경우 시(市)와 함께 구(區) 역할을 하는 데도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그런 구조는 존재하고요. 예컨대 광역단체인 대구, 부산, 인천, 울산의 경우 구(區)와 함께 각각 군(郡)을 포함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서울시에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경제적 측면까지 포함해 논의할 수 있는 다자협의체를 제안한 것입니다. Q 고양특례시의회와의 관계가 참 어렵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개선을 위한 복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먼저 고양특례시의회 파행으로 시민들께 불편을 끼치고 있고, 시정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당장 지난 (제282회) 임시회 파행으로 추경(추가경정예산)이 무산되면서 고양페이 사업 중단과 국제꽃박람회도 빨간불이 켜졌고, 많은 시민이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는데 삭감된 연구용역비용을 살려내지 못해 도시기본계획부터 정비계획 모두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무엇보다 시의회가 제 역할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상정된 안건을 논의조차 하지 않고 파행으로 끝내버리는 건, 시민을 위하고 시민을 대변하는 시의원들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취임 후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상정된 안건을 제대로 검토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요. 2022년도에는 새해 예산을 심의하지 않아 2023년을 준예산체제로 시작했고, 지난해 연말에는 예산(연구용역비용, 업무추진비 등)을 다 삭감해 버려 직원들이 대외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렸습니다. 일각에서는 총선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정말 그런 거라면 더 큰 문제입니다. 선거는 선거대로 열심히 하는 거지, 시의회나 시정을 유불리에 따라 이용하면 안 되니까요. 시의회 역할은 시민들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지 시민들 피해와 희생을 만드는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다시 한번 시민들께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시의회가 제 역할을 다해주길 촉구합니다. 고양시도 시민들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이제 바야흐로 봄입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은데, 시민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 들어서도 경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시민과 현장 중심의 찾아가는 복지서비스와 맞춤형 자활사업 등 서민들을 위한 정책은 물론, 소상공인 특례보증과 주요 상권 재활성화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생업에 종사하시면서 시민들은 어려운 경제여건을 피부로 느끼실 텐데요.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고양시도 크고 작은 모든 정책이 시민들에게 혜택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으니, 시민들께 힘내시라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위기 속에서 더 강해졌던 우리 역사처럼,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시민들과 고양시가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다소 무거워 보였다. 특히 시의회 파행 관련 질문에서는 재차 시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며, 시의원들이 등원을 거부한 채 안건을 심의조차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누구 말처럼 유행을 따라 하듯 저쪽(국회)이 그렇게 하니까 따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우리는(집행부·시의회) 고양시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데도 개인적인 입장(정당·시의원)과 감정으로 파행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걸 안 해준다고 일을 거부하는 상황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를 품은 사진] 봄[봄] 나의 봄 당신의 봄 우리들의 봄 봄이 먼발치서 손짓하네요 나를 봄 당신을 봄 서로서로 봄 바라봄이 얼어붙은 세상 녹여요 땅의 봄 하늘의 봄 사람들의 봄 이 봄 우리 서로를 바라봐요 시/교몽당(蛟夢堂)
-
[시를 품은 사진] 쓰레기들 세상[쓰레기들 세상] 늦은 시간 정치란 놈이 전봇대에 쓰레기를 버리면 시민단체 누이가 뒤따라 음식물을 버리고 말짱해 보이는 뽕쟁이 아저씨가 너저분하게 토를 해 놓는다 그러다 새벽이슬 내리면 언론 형들이 술취해 그곳에 소변을 본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후줄그래한 시민 씨들은 남의 일인 양 피해간다 변명, 자기합리화, 궤변은 그렇게 아침을 맞는다 눈뜬장님, 멍청이들의 세상은 그렇게 열린다 그렇게 존재한다 PS. 쓰레기 더미를 피해 나선 빡센 출근길 어느 밥벌레는 환경오염 기사에 분노한다 정작 인간 쓰레기들이 만드는 사회오염은 모른체 하면서 시/교몽당(蛟夢堂)
-
단편소설 무간지옥(無間地獄) #8[단편소설 무간지옥] • 무간지옥(無間地獄) : 불교에서 말하는 팔열지옥(八熱地獄)의 하나로, 사바세계(娑婆世界) 아래 2만 유순(由旬)되는 곳에 있는 지옥을 말한다. 불교 여러 경전에 묘사된 이 지옥의 모습은 옥졸이 죄인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그 벗겨낸 가죽으로 죄인의 몸을 묶어 불수레에 실은 뒤 타오르는 불길 속에 넣어 몸을 태운다. 또한 야차들은 큰 쇠창을 불에 달구어 죄인의 몸을 꿰거나 입·코·배 등을 꿰어 공중에 던지기도 하고, 철로 만들어진 매가 죄인의 눈을 파먹는 등 극심한 형벌을 받는 지옥으로 알려져 있다. #8 “2014년, 송포 세 모녀 자살 사건을 아느냐?” 염라대왕이 다시 ‘네놈’이라고 부른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려 자못 의연한 척하면서도 나는 대왕의 심기를 살피고 있었다. 그때 대왕이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 그도 그럴 것이 송포 세 모녀 자살 사건은 나와 전혀 관련이 없었다. 당시 나는 대법원과 법무부 등 이런저런 정부기관 위원회에서 활동했었지만, 어디까지나 본업은 관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였다. 그런 나에게 왜 이런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 것일까? 송포 세 모녀 사건은 당연히 기억한다. 2014년 2월, 아직 찬바람이 감돌던 늦겨울 일어난 불행이었다. 단독주택 지하 월세를 살던 세 모녀가 큰딸의 만성 질환과 어머니의 실직으로 전 재산 현금 70만 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남기고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사건이다. 당시 집 주인에게 남긴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가 사람들 모두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고, 정치권은 관련법을 개정·입법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나섰다. “알고 있소.” 염라대왕이 어떤 의도로 질문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나는 짧게 대답했다. 당시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은 사건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와는 무관한 사건이라 덧붙일 말도 딱히 없기도 했다. “너는 그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 염라대왕 입에서 다시 ‘너는’이라는 이인칭이 흘러나와 안도감이 들기는 했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단순히 불행하고 가슴 아픈 사건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인지, 그 사건이 갖는 ‘의미’를 묻는 것인지 선뜻 파악되지 않았다. 아니, 그 질문에 담긴 속뜻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 사건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왜 대답이 없느냐. 그들 죽음에서 느끼는 게 아무것도 없더냐? 그들이야말로 네가 말한 진정한 가재고, 붕어고, 개구리인데. 아니다, 그 세 모녀는 가재, 붕어, 개구리보다 못한 이들이라 해야겠구나.” 염라대왕의 말에서 가시가 느껴졌다. 세 모녀의 불행을 이야기하며 가재, 붕어, 개구리를 언급하는 걸 보면 내가 가진 것들을 꼬집는 게 아닐까 싶었다. “왜 느끼는 게 없겠소, 당시 세상 사람 모두 가슴 아파했고, 나 또한 세 모녀의 극단적 선택에 적잖이 놀랐으니 말이오. 그래서 사회안전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소. 그리고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함을 느꼈던 같소...” “가진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래서 너는 무엇을 했더냐?” “당시 나는 대학 교수였소. 몇몇 정부기관에서 위원회 활동을 하긴 했지만, 내가 직접 나서서 무얼 할 만한 위치는 아니었소. 그러니 나 또한 세상 사람들과 함께 가슴 아파하며, 다시는 이런 불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치권에 사회안전망 구축을 촉구했을 따름이오.” 답변을 듣고 있는 염라대왕 얼굴은 무표정했다. 치켜세워져 있는 눈꼬리도, 거칠게 튀어나온 콧등도, 서로 맞닿아 포개져 있는 입술도 조금의 미동도 없어 완벽하게 재현된 마네킹 같았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달랐다. 너무도 또렷했다. 이전처럼 불꽃 튀는 강렬함이 아니라 맑고 투명하다 못해 극도의 냉정함이 느껴지는 그런 눈빛이었다. 그래서일까, 등골이 오싹해지는가 싶더니 귓등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그래, 그럼 이후 네가 민정수석으로, 법무부 장관으로 몸담았던 정부에서는 무얼 했느냐? 물론 너는 이 질문에 또다시 검찰개혁을 들먹이겠지만, 내가 묻고자 하는 것은 그런 배고픈 죽음을 막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는 것이다. 네 입으로 너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앞장섰다고 하니 말이다.” 부연 설명을 곁들인 염라대왕의 질문에서 대왕이 왜 송포 세 모녀 사건을 거론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여론과 민심을 통해 국민들 뜻을 살펴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잡고, 법률적 보좌와 반부패 업무를 담당하는 민정수석이었다. 그리고 지금껏 누누이 이야기한 것처럼 검찰개혁을 위해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했다. 다시 말해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나 복지부처에서 일한 게 아니다. 그러니 나로서는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나 복지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왕의 질문이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대왕께서도 알고 있다시피 나는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냈소. 그것도 법무부 장관직은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검찰주의자들 때문에 한 달 만에 물러나야 했소. 대왕께서 무엇을 묻고 있는지는 알 것 같소만, 송파 세 모녀와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에는 관여할 수도 없었고, 관여할 시간도 없었소. 이점 헤아려 주시오.” “네 말은 옛 왕과도 같은 대통령 최측근으로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냈지만, 백성들 먹고사는 문제와는 무관한 일이라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것이구나.” “그렇소, 대왕” 염라대왕은 대꾸 없이 맑고 청명한 눈으로 나를 잠시 바라봤다. 그리고는 이승부의 어느 페이지로 눈길을 옮겼다. 순간 까마득한 정적이 흘렀다. 시간의 흐름조차도 멈춰버린 듯한 정적은 작은 먼지 하나마저도 동작그만을 외치게 만들었다. 또다시 오한이 느껴졌다. 등골에 식은땀이 맺혔다. 사위가 칠흑 어둠으로 꽉 막혀 있어 가슴을 더욱 무겁게 압박하는 것만 같았다. 다행히 정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승부로 눈길을 돌려 조금의 움직임도 없던 염라대왕이 고개를 들어 다시 나를 응시했고, 이어 그의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왕의 목소리가 어둠에 파장을 일으키자 옥죄던 가슴도, 오한도 그 강도가 약해졌다. 왜 이런 신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공포 속에서의 나, 그리고 순간적으로 마주하는 침묵과 정적이 그 공포를 더욱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때문일까. “이승부를 살펴보니 네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이었던 그 기간에도 한양을 비롯한 조선국 곳곳에서 열한 가족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 국민을 위해 검찰개혁을 했다는 시기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렇다면 이 모든 책임은 너의 왕 명재욱에게 있는 것이더냐? 그자는 사건이 있고 나서 ‘안타깝다, 부실한 복지제도 때문’이라고 했으면서도, 정작 대통령이 되고나서 발생한 일가족 자살에는 침묵했던데.” “그렇게 볼 수도 있겠소만, 대통령이 모든 국민들 생활을 일일이 다 알 수도 없는데 그걸 명 대통령 책임이라고 하는 건 지나치다 싶소. 더욱이 옛말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 한다’고도 하지 않았소.” 염라대왕 말에 대꾸하고 나서 ‘아차’ 싶었다.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 한다’는 옛말을 들먹였으니 말이다. 대왕이 대통령을 왕 운운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그 말이 나와 버렸다. 평소 좋아하지도 즐겨 쓰지도 않는 말인데, 하필이면 이런 때 튀어나온 것이다. 더욱이 조선은 봉건군주국이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대통령은 왕이나 나라님이 아니다. 그리고 운 좋게 태어나 모든 주권을 가진 왕은 백성들 가난을 구제하지 못해도, 국민주권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전제군주 왕과 공화국 대통령의 차이다. “그래 맞는 말이다.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만, 가난 구제는 나라님이라 해도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랜 세월 저승을 관장하고 있는 내가 그걸 모르겠느냐. 하지만 한 명의 백성이라도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그건 왕의 잘못이고, 또한 벼슬아치들 잘못이다. 더욱이 세습 왕과 달리 백성들 선택으로 대통령이 된 자와 그 관료라면 책임이 더 클 수밖에 없고. 그럼에도 너는 네가 맡은 일과는 관련이 없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만 한다. 그러면서도 검찰개혁은 백성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하는데, 백성들에게 진정 필요한 게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구나.” “대왕, 한마디 해도 되겠소?” 질문이라기보다 질책에 가까운 염라대왕의 말이 끝나고, 잠시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였다. 반박이든 내 입장이든 전하고 싶은데, 혹여 대왕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슨 말이든 해야 할 것만 같아 대왕에게 양해를 구하는 의미에서 물었다. “그래, 해 보거라. 할 말이 있는 듯한데.” “고맙소, 대왕. 무엇보다 먼저 나라님도 가난 구제는 못 한다고 한 말은 내 실수요. 그러니 바라건대 그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해주시오. 은영 중에 나온 말일 뿐 평소 내 생각과는 거리가 먼 것이오. 그러나 이 말만은 하고 싶소.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고, 내가 민정수석에 법무부 장관일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니 도의적 책임이 느껴지오. 하지만 민정수석이나 법무부 장관이 경제부처나 복지부 업무를 참견할 수는 없소. 그건 명백한 월권행위니 말이오. 아마도 그건 대왕께서 내가 살다 온 조선의 통치 시스템을 잘 몰라서 하는 말 같소.” 최대한 조심스럽게 현실적인 한계와 내 입장을 염라대왕에게 전했다. 그럼에도 개운하기보다 뭔가 모를 찜찜함이 느껴졌다. 괜히 대꾸했다거나 후회된다거나 하는 판단이 아니라, 무엇이라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렇더냐. 너는 여전히 내가 왜 송포 세 모녀 사건을 거론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고 있다. 너는 늘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척 떠들며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입바른 소리를 해댔지만, 결국 그 모두는 자신을 위한 가식이었고 알량한 공명심을 위한 위선일 뿐이었다. 그래서 애초 너의 당돌함에 호기심이 생겨 여기까지 온 것이기는 하나 네 스스로 그걸 느끼길 바랐는데,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하여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하니 이걸로 너에 대한 심문을 마치고 판결을 내리겠노라.” “......” 염라대왕이 말끝에 달라붙은 ‘판결’이라는 단어가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너무도 갑작스런 말이라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판결이라니 이 무슨 말인가. 나는 아직 다하지 못한 말들이 많다. 더욱이 최후진술도 없이 판결이라니 이건 안 될 말이다. 이승이든 저승이든 죄를 심판하기 전에 최후진술 기회는 보장돼야 한다. 그건 피의자에게 주어지는 최소한의 방어권이다. 하지만 순식간에 얼어붙은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교몽당(蛟夢堂)
-
[자유로칼럼] 업무추진비 ‘0원’ 식물(?) 고양시···그 피해는 결국 시민들 몫[자유로신문] 2023년을 준예산 체제로 시작했던 고양특례시가 2024년은 업무추진비 ‘0원’이라는 해괴한 상황으로 시작해 1개월 반이 지났습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고양시에서만 유독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집행부는 물론 시민 불편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그런 탓에 시민들은 고양시를 ‘식물인간’에 비유할 정도입니다. 그 발단은 민선8기 출범 첫해인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17대17 동수로 시작한 고양특례시의회는 팽팽한 줄다리기로 원구성이 늦어져 한 달가량 늦게 개원했고, 민주당은 사사건건 국민의힘 소속 이동환 시장 발목을 잡았습니다. 툭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와 시장 사과를 요구하며 파행을 거듭하기 일쑤였으니까요. 거기다 시장과 같은 당 소속 김영식 의장의 이해할 수 없는 의회 운영으로 야당 시의원들이 연말 등원을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2023년을 준예산 체제로 시작해 예산을 심의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집행부 업무추진비 90%를 삭감했습니다. 다행히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복구됐지만, 소모적 정쟁으로 행정력이 낭비됐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연말 들어 2024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집행부가 시의회 업무추진비를 90% 삭감해 상정하는 촌극이 벌어졌고, 이에 반발한 시의회는 의회와 집행부 모든 업무추진비를 전액 삭감하는 막장 드라마가 펼쳐진 것입니다. 되짚어보면 결과적으로 시의회와 집행부 양자 모두 치킨게임을 한 꼴로, 그 어디에도 시민은 없었다고 해야 할 겁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해괴하고도 유치한 싸움으로 시작된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고양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44개 일선 동과 3개 구청은 내방하는 시민에게 따뜻한 차 한 잔 내놓을 수 없어 외상 거래를 하는 형편이고, 집행부 또한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 추진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으며, 시청 인근 자영업자들까지 매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총선 출마로 공석이었던 비서실장 자리가 채워지면서 긍정적인 소식이 들린다는 것입니다. 신임 비서실장이 여야 시의원들 모두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읍소(?)했고, 시의원 전원과 이동환 시장이 지난주 만찬을 함께했다고 하는데요.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이 시장과 시의원들(특히 민주당) 간에 모종의 물꼬가 트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 금명간 임시회를 열어 추경(업무추진비)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집행부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주당 시의원들이 추경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 이유는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만약 이런 걱정이 현실이 된다면, 민주당은 고양시 지역 총선에서 화를 자초하게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지역 발전’ ‘시민 행복’ 등등을 내세우며 다수의 민주당 예비후보가 총선을 향해 뛰고 있는데,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업무추진비로 인한 시민 불편을 외면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국 총선을 위해 당장의 효과를 노리려다 ‘지역 발전 저해’ ‘시민 불편 가중’을 초래하는 것이고, 고양시민들은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요. 더해 김영식 의장도 지금이야말로 리더십을 발휘해 시의원들 뜻을 모으고, 집행부와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할 때입니다. 말로만 ‘협치’를 부르짖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입니다. 협치는 스스로 능력을 발휘하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가능한 것이니까요. 입에 베인 번지르르한 말만 늘어놓는 것은 그저 우쭐대며 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한 지난 시절 이동환 시장 지역구에서 시의원을 했던 앙금으로 ‘의장은 시장과 동급’이라는 권위적 발상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업무추진비로 인한 시민들 불편 해소를 위해 의장으로서 제 직분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해야 4개월 반 정도 남은 임기를 마치고 평의원으로 돌아갔을 때 세간의 웃음거리를 피할 수 있을 겁니다. 빠른 시일 내에 고양시의회 추경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 반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만큼 대(對) 시민, 대(對) 기관과 업무 추진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업무추진비 복구에 귀추가 주목되는데요. 지금이야말로 고양시와 시의회, 국민의힘과 민주당, 이동환 시장과 시의원들 모두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
[시를 품은 사진] 겨울밤[겨울밤] 겨울나무에 어둠이 걸려 나부끼는 한밤, 정체 모를 그리움이 시리게 시리게 반짝인다 겨울 한기에 안으로 생명 숨겨버린 꽃씨, 남녘 봄볕 만나 새싹 틔울 수 있을까 애잔하다 겨울바람 타고 언 가슴에 둥지 튼 인연, 어찌 해동해야 하나 여린 불씨 지피다 쓰러진다 겨울밤 어둠과 싸워 파아란 여명으로 만날 새벽, 심장에 아침해 담아 뜨겁게 뜨겁게 만나리라 시/교몽당(蛟夢堂)